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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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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부가 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이제는 제법 언 땅을 뒤집어 햇볕을 쏘이게 하고 닭똥을 뿌려 기름지게 할 줄도 안다. 비닐이 얼마나 유용한 지도 알고 있다. 비닐은 잡초를 막아주고 제철을 앞당겨 출하를 돕는다. 수분을 유지하고 벌레를 막아주는 것도 비닐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논밭을 떠난 비닐은 어지간한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흉측함은 차지하고, 그 주변까지도 추하게 만든다. 농약병이 뒹굴고 음식물쓰레기까지 더한다. 태우다 남은 찌꺼기는 홍수로도 떠내려가지 않는다. 범죄이론인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이 된다.
  봄은 확실히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다. 햇살은 깔깔대고 봄날은 논두렁을 굴러다닌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구치고, 아름다운 상념이 떠오른다.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나의 테마에 새로운 모티브가 충족되게 만든다. 거리는 극장이고, 생각은 생활이 된다.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함부로 버려진 비닐은 이런 나의 행복을 방해한다. 농사일을 거들어주던 친구에서 원수가 돼버린다.
  도시에도 거리의 깨어진 유리창이 있다. '물러가자''자폭하라''절대 보상하라'와 같은 글귀가 선명한 벽이나 현수막이다. 비닐과 달리 어느 때도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당사자는 달리 생각하는 듯하다. 어지럽고 조악한 글씨체에 검정 혹은 붉은색이 더하여 섬뜩하게 만든다. 저주를 바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느낌이다.
  길은 사적 공간이 아니다. 누구도 길을 이용해 시민을 볼모로 잡을 수는 없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이 지나쳐 광장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형식부터 갖추어라. 사람은 누구나 선함이 저절로 우러나야 타인의 주장에 귀를 기울리는 법이다. 격하고 추한 표현으로는 모두를 거칠게 만들 뿐이다. (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 한상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