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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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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는 바이욘 사원을 들르는 길목에서 떼를 이룬 원숭이들을 만났다.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야생에서 천진스레 놀고 있는 원숭이들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그런 원숭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나보다. 원숭이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했다. 그러자 무리 중 한마리가 갑자기 달려들어 아들의 종아리를 할퀴었다. 아들은 달아나고 원숭이는 따라감을 멈추지 않았다. 놀란 내가 근처에 있던 커다란 돌을 들어 위협을 가하고서야 겨우 아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하늘이 노랬고 주위가 하얘졌다. 그 와중에 "원숭이가 인간에게 최초로 몹쓸 병을 옮겼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았다. 한술 더 떠 동행한 한국인 가이드는 "야생의 원숭이는 십중팔구 AIDS를 보유하고 있다. 그 원숭이를 잡아 검사부터 해야 하는데 놓쳐서 큰일이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인 가이드의 주장은 달랐다. "이 곳의 주민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라며 근처에 병원이 없으니 호텔에 가서 소독이나 간단히 하자고 했다. 호텔에서 근무하던현지인들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오늘날처럼 무한정으로 정보가 제공된 적은 없었다. 문자를 지나 인쇄술을 훌쩍 뛰어넘은 정보통신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만든 최고의 공신이다. 그 결과 이제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생산되고 유포되고 있다. 생산자와 매개자, 수용자가 따로 없고 대중이라는 이름이 전체를 주도하는 인상이다. 약자는 이유없이 미화되고 반대쪽은 추방되어 마땅한 것으로 정의된다. 전문가를 자칭하는 댓글이 전문가를 압도하고, 배려 없는 사실은 칼날이 되어 사람을 해하려고 하고 있다. 나름의 해석이 실체인양 인터넷세상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소동파의 시에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는 구절이 있다. 때로 모르는 척하는 것도 인간이 지닌 지혜가 아니던가. 하물며 문자로 남기는 것인데.

세월이 흘러 그 때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무탈하게 잘 있다. 아빠가 얼굴을 부비면 싫어하는 기색을 살짝 보이는 것만 빼고는 백점짜리 아들이다.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