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눈물의 의미 > 공지사항

본문 바로가기

공지사항

All that visual! 방송영상과!

방송영상과 공지사항

2024학년도
모집요강

[문화산책] 눈물의 의미

본문

남을 웃기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는 듯하다. 개그프로의 분장실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어제의 스타가 오늘은 분장실을 기웃거리는 신세로 전락한 개그맨이 한둘이 아니다. 방청석에서 '빵' 터지지 않으면 그것으로 편집이다.

반면에 비극제작의 현장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좌절이나 이별이라는 장치만 두고도 어렵사리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끝없이 새로워져야 하는 코미디와는 달리 재탕·삼탕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외면당하지 않는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극은 혼자서도 울 수 있지만, 희극은 누군가가 있어야 효과가 배가된다. 코미디의 중간 중간에 박수소리나 웃음이 삽입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 있다. 비극은 남녀노소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희극은 아니다. 시공간에 따라 반응이 다르고 성별에도 영향을 받는다. 직업이나 주변 환경도 무시하지 못한다. 확실히 눈물을 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있는 사람의 웃음소리로는 따라 웃지 못하지만 눈물은 다르다. 옆 사람의 통곡소리만으로도 코끝이 시려온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눈물본능이다.

하지만 이 땅의 남자들은 그리하지 말라고 배웠다. 눈물을 흘리는 약한 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자랐다. "사나이가 울기는, 계집애처럼"이란 말은 자신에 대한 모욕이었다. 오죽하면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자 소변기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는 문구가 쓰여 있을까.

지난 목요일, 연극 '레인맨'을 보고는 한참이나 가슴이 아렸다. 자폐증에 걸린 형과 유산에 눈이 먼 동생. 두 사람이 함께 한 여행.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해피엔딩.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공연장에는 훌쩍거림이 가득했다. 특히 여성의 울음소리가 컸다. 대신에 남자들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의자에 깊숙이 앉아있는 남자가 대부분이었다.

강한 남자는 남의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 법. 눈물은 "나는 약하다. 나를 도와다오"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누가 아는가. 눈물을 흘리는 내게 아내가 구조의 손길이라도 내밀지.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