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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군대간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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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은 "영웅은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와 같다"고 해놓고는 "인간은 마치 연료처럼 영웅을 기다리다가 영웅이 나타나면 강렬히 불타오른다"고 말했다. 영웅은 세상을 맑게 하고 견디게 하는 힘이다. 우리는 영웅을 통해 살아가는 더 강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고. 고 한주호 준위. 그는 살아서는 UDT의 전설이었고, 죽어서는 우리 모두의 신화가 되었다. 아들과 같은 후배들을 구하러 바다로 떠났고 그들의 곁에 남아 끝까지 보살핌을 택했다. 그 얼음처럼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서.

오늘로 아들을 육군훈련소에 보낸지 정확히 열흘째다. 아들은 운명처럼 내가 훈련받던 같은 부대, 같은 연대에 소속돼있다. 꿈에서도 화들짝 놀라 잠을 깨게 하는 훈련병 시절이다. 논산을 보고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바로 그 곳이다. 아무리 달라진 군대생활이라지만 군대는 군대일 것이다. 제식훈련이며 사격, 각개전투…. 잘못하면 선착순이나 얼차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잠을 자다 중간에 일어나야 하는 불침번은 잘 서고 있는지. 발바닥이 유난히 약한 아들이다. 안경을 끼고 목욕탕에 들어갈 만큼 시력이 좋지않은데.

나는 요즈음 생선회를 먹지 못한다. 쇠고기를 굽지도 못하겠고 온수로 샤워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아들이 즐기던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이런 나를 두고 아내는 "평소에 잘하지"라고 놀린다. "아버지가 강해야지. 그리 눈물을 보이면 되겠느냐"라는 주변의 핀잔도 있다. 군에 있는 제자들은 "요즈음 너무 좋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문자를 보낸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나서야 아버지가 된 느낌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말을 절절이 실감한다. 회한에 젖는 것인지 눈물이 많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당장은 아들이 보고 싶어 울고 있다.

영웅은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가 사용하는 중요한 사회적 모델이다. 때문에 영웅은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회구성원보다 뛰어나야 한다. 고 한주호 준위의 생전이 그랬다. 그런 지휘관들이 있는데도 철없는 아버지의 어리광은 끝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