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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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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남자의 오줌발은 배설의 기능과 함께 힘의 상징도 포함하는 거였다. 동무들과 나란히 서서 까치발을 마다않고 오줌발을 멀리 보내려고 안간힘을 다한 건 그 때문이다. 오줌 줄기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벽에다 지도를 그린 것도 다 같은 이유였을 게다.

지난 토요일, SBS 주말 특별기획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젊은 남자는 아내의 애교 섞인 명령에 따라 앉아서 오줌을 누어야 했다. MBC 주말 연속극 '민들레 가족'에서 신세대 남자는 결혼을 했지만 아내의 곁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문화현장에서 TV드라마만큼 시류를 중요시하는 것도 없다. 사전제작이 되면 작품의 완성도나 예산절감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리하지 못한다. 오로지 시청률 때문이다. 한때 방송채널은 나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휴일의 TV는 게으름을 최대한 보장해주며 오락의 욕구를 마음껏 만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아~옛날이여'다.

아내는 TV에 몰입하지 않는다. 시간대별 시청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남자배우의 초콜릿복근이 볼거리라는 사극은 채널고정이다.남자만 등장하는 예능프로도 예외가 아니다.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1박2일'과 함께 '뜨거운 형제들'이라는 코너가 대표선수다.

지금 한국의 중년남자들은 방송프로에서조차도 왕따 신세다. 개그는 있지만 알아보기 어렵다. 리얼 버라이어티 어쩌고 하지만 심드렁하기만 하다. 아이돌의 노래는 두 소절도 따라 잡지 못한다. 드라마도 자신을 왜소하게 만든다. '민들레 가족'의 실직가장은 화려한 과거가 있을 뿐,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노년의 가장은 한술 더 뜬다. 바람을 피우며 당당해하던 젊은 시절을 뒤로한 채 본집으로 찾아들었지만,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 노년세대는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신세대는 여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드라마세상이다.

아내는 TV를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만 나는 아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한숨이라도 커다랗게 쉬고 싶지만 이마저도 참아야한다. 휴일에 누워 TV를 보다가 물을 갖다 달랄 때가 있긴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