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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화가산책] '세시봉'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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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그룹 세시봉이 다음 공연 때도 대박을 터트릴 것인가"를 묻자 학생들의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성공할 거라고 했다가 곧바로 정정한 학생도 있었고 한참을 생각하다 대박이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명색이 전공으로 삼는 학생인데도 그랬다. 며느리도 모르고 시어머니도 모르는 문화상품의 내일이다.

그래 그렇다. 세시봉은 한 번 반짝하는 문화현상이 아닐 수 있다. 지난세대의 향수만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일 수 있다. 곰삭은 내공과 함께 스토리가 있어 생명력이 오래갈 거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세시봉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정답이다. 세시봉의 오늘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세시봉은 오늘을 기다리며 창고에서 40년을 인내한 문화상품이 아니다. 디지털세대의 빈틈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던 건 더욱 아니다. MBC-TV가 예능프로로 방송한 게 전부였다.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탓에 구정을 앞두고 특집으로 편성됐고 지방공연으로 이어졌다. 자체방송이라는 매뉴얼에 사로잡힌 경직된 대구 MBC-TV는 특집 1부를 불방했지만.

사람들이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건 미적이고 표현적인 또는 오락적인 욕구와 관련된다. 그리하여 즐거움이라는 본질이 그러하듯 개개인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에 기획사를 손질한 가수 나훈아는 공연의 최적기라는 연말연시만 되면 어김없이 대구에서 공연을 올렸다. 지방공연을 꿈조차 꾸지 않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대구에서만 공연됐다. 세시봉 콘서트는 대구에서 회당 3000명이 넘는 대박을 기록했다.

일반 상품은 기존의 상품이나 견본품을 통해 상품의 효용과 질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화상품은 과거경험이 미래를 예측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완제품으로 1회만 소비되기 때문이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내털리 포트먼이 연기한 검은 백조가 나타날 확률은 언제 어디서나 살아 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공연이 꽃핀다는 4월 탓인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극장마다 자체기획을 한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실패는 없기에 미리 구청에서 모자라는 예산을 받아 공연을 기획한다는 자치단체도 있다. 수년 동안 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마피아처럼 자기네 사람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는 공연문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흥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기네 극장인 양 좋은 날짜를 선점한다하여 대박을 기약하지는 않는다. 될 만한 작품만 골라하기 때문에 실패가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건 무지의 다른 이름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입장료를 깎아주는 건 오히려 공연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공연은 시장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자체기획임을 치적처럼 자랑하고 싶다면 조건이 있다. 쪽박이 난다하여 또 시민의 세금으로 물지 말라. 그뿐이다.


한상덕(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