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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화가 산책 2011.09.14 어떻게 탄생한 영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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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아이를 칭찬하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라도 조심을 거듭해야 한다. 당사자에게 눈 흘김을 받는 건 차치하고 재수가 없으면 추행이라는 오욕까지 덮어쓸 수 있다. 조심 또 조심만이 나이 먹어 욕 안 보는 처세술이다.

영국 대중문화는 기차역에서 꽃을 피웠다. 역내 가판대에 놓여 있는 벌거벗은 미녀의 겉표지가 안내자였다. 당시 황색잡지가 출간되자 내용과 상관없이 껍데기만으로도 폭발적인 매상을 기록했다. 덕분에 초기에는 황색저널이라며 거들떠보지 않던 이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터뷰에 응하려고 줄을 섰다. 섹슈얼리티가 대세였다.

시대정신은 그때 그 자리에서 거역할 수 없는 힘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거스르기 어려운 운명 같은 명령이다. 일부러 모른 척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한가위 음복을 시작하면서 친척들은 하나같이 안철수 교수를 화두로 삼았다. 이분들이 시골에 사는 분들이 맞나 싶을 만큼 구체적이고 미래적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 안철수 교수를 영웅으로 만들어갔다.

고대사회의 영웅은 강함과 고상함, 용감성을 갖춘 신화적 전설적 존재였다.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생각되거나 영웅 그 자체가 신으로서 숭배되었다. 신의 존재가 그러하듯 좌절이 없었다. 영원히 살아남아 영웅이 살던 시대를 전하는 것도 영웅스토리가 지닌 또 다른 가치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영웅은 여차하면 곤두박질하기 십상이다. 실시간 소통이 문제를 최대한 확대시키고 온·오프라인의 정보들이 벌거벗기고 흠집 내는 데 최고의 협조자다. 시공을 떠나 영웅의 덕목이야 변할까만은 영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영웅에 대한 존경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다는 말이 있다. 내게 있어 영웅은 장마 끝의 햇살이고 터널 끝의 불빛이다. 나는 어떤 경우든 영웅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하여 티끌만 한 흠집을 끌어와 영웅을 무너뜨리려는 시도 앞에서는 용감히 대항할 작정이다. 어떻게 탄생한 영웅인데.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 공연이벤트과 학과장 한상덕 교수